운동만으로 원하는 체형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
가능은 하겠지만, 운동하는 데 쏟는 시간과 노력이나 비용을 생각한다면 선뜻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의학적으로 보면, 음식 섭취량을 지나치게 줄이거나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식이요법보다 운동으로 살을 빼는 다이어트가 훨씬 바람직하다. 하지만 원하는 부위에서 100g이라도 빠져나가는 것이 보여야 의욕 있게 다이어트를 지속할 힘이 생기는 다이어터에게 운동만으로 진행되는 다이어트는 종종 잔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으려면 일상생활을 다 포기하고 운동에만 매달려야 그나마 식이요법처럼 체중이 빠져 나가는 것이 운동 다이어트다. 이런 단점으로 인해 운동 다이어트는 지속하기가 힘들다. 또 시간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운동만 많이 하면 효과적일까?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이 유산소 운동을 할 경우 운동량에 비례해 내장지방의 양이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은 현격한 체중감소를 가져오거나 S라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팔뚝·허벅지·등·허리 부위의 체지방을 줄여 주지는 않는다. 시간도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다이어트 방법으로 운동을 선택할 때는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일주일 정도 걷기운동을 시도했던 20대 후반의 여성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병원을 찾아온 일이 있다. 하체보다 상체가 발달한 그녀는 관절이 약한 편인데 갑작스러운 움직임으로 발목 인대가 늘어났던 것이다. 이처럼 근래 들어 20·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퇴행성 관절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는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다이어트는커녕 되레 건강을 해친 결과다.
유산소 운동 중 가장 만만하다고 할 수 있는 걷기운동, 본인 체중의 3~4배 하중이 실리는 러닝머신, 빠른 속도와 높은 점프로 이뤄지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까지 무작정 시작해서는 체중감량이나 S라인은 둘째치고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다이어트 시작 전 3개월 이상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이나 하루 생활 중 걷는 시간이 매우 적은 사람, 아주 비만한 환자, 무릎 관절염이나 요통 등으로 걷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운동 첫날부터 30~40분 이상 빠르게 걷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한다. 무리하게 되면 운동 이후 통증이나 심한 피로감, 기존 질환의 악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반나절을 운동에 투자해야 본인이나 상대방이 알아챌 정도의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수 있는데, 20분으로 시작해서 1~2주마다 5분씩 늘려서 언제 그 많은 체지방을 뺄 수 있겠는가. 얼핏 과장되게 느껴지지만 그래서 ‘운동으로 살을 빼려면 평생을 바쳐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운동은 감량된 체중의 유지와 심폐기능 개선, 대사증후군과 여러 질병의 예방 등 장점이 많아 반드시 규칙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운동으로 신속한 감량이나 원하는 부위의 선별적 지방 제거는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예비신부나 이번 여름 래시가드로 슬림한 라인을 뽐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앞서 지방흡입이나 람스 시술을 고려해 볼 만하다. 무엇보다 살 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