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식사를 조절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상상만으로 체중이 감량된다는 거지?”
다이어터들에게 폭풍공감을 일으키며 일본에서 10만부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던 와타나베 폰의 다이어트 만화책을 접하면 반응은 한결같다. 그녀의 첫 책 <너 살 빠졌지?>는 일기 형식으로, 뚱뚱한 사람과 날씬한 사람의 생활 비교를 통해 날씬한 사람들의 습관을 관찰한 내용을 만화로 그렸다. ‘뚱뚱한 사람은 뚱뚱한 사람의 생활을 하고, 날씬한 사람은 날씬한 사람의 생활을 한다’는 것이 주내용인데, 뚱뚱함과 날씬함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생활습관’에 있다는 거다.
이런 이유로 다이어트를 결심한 와타나베 씨가 선택한 것은 헬스장 등록이나 치밀한 식단, 꼼꼼한 운동계획이 아니라 날씬한 사람들의 습관을 그대로 따라 하겠다는 결심이었다. 가령 식사 중에 잔을 들었을 때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술이 마시고 싶은 날에는 ‘요조숙녀 세트’로 홀로 즐기고, 다이어트 포상은 음식보다는 미용 아이템으로 정하는 식이다. 그 결과 1년 동안 30㎏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다이어트 전 체중이 95㎏이었던 탓에 엄청난 감량에도 불구하고 ‘날씬 미녀’가 되지는 못했고, 어느 날 가게에서 입어 본 바지가 들어가지 않자 ‘더 빼야 한다’는 생각으로 또다시 날씬 미녀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후속 책인 <날씬 미녀를 따라 했더니 5㎏이 더 빠졌어요>는 전작에 힘입어 일본에서 23만부가 팔렸다. 두 권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행동은 의지를 이긴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실험을 해봤다. 우선 비만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사진을 촬영하고, 사진전문가의 고급 기술을 통해 얼굴과 몸매의 라인을 보정해 체중감량 성공 후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체중감량 후 날씬해진 모습을 책상에 두거나 컴퓨터 화면에 저장할 수 있도록 사진엽서와 컴퓨터 웰페이퍼를 제공해 실생활에서 노출되도록 조치했다. ‘행복한 미래 보기’로 불리는 서비스다.
병원을 찾은 고객 중 체중이 60㎏ 이상인 20~30대 100명씩을 무작위로 추출해 한 집단에는 ‘행복한 미래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머지 집단에는 제공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자 쪽의 체중감량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날씬한 모습을 미리 보고 감량 목표와 목표 달성 후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면 강력한 동기 부여가 일어난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행복한 미래 보기는 ‘행동수정요법’의 일종이다. 이는 비만이나 흡연 등 각종 대사증후군의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건강을 되찾도록 도움을 주는 헬스 케어의 새로운 영역으로, 행동수정 컨설턴트라는 전문가 그룹이 이끈다. 이들은 의료진과 함께 투입돼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어려운 이유를 찾고, 환자 스스로 건강한 생활패턴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심리와 행동치료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