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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사람이 더 오래 산다?
작성자 : 김하진 병원장 작성일 : 2013-10-11 조회수 : 4026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마자 그야말로 일대 파란이 일어났다. 비만의 질병의 근원이라는 건강상식을 뒤엎는 충격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전반에서는 현재까지도 비만의 역습(Obseity Paradox)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의학상식을 뒤엎는 연구결과는 과거부터 늘 있어왔다. 세계적인 비타민제 열풍 속에서 지난 2007년 발표된 ‘비타민이 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는 ‘비타민 쇼크’로 불릴 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러한 역설들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경험적 효과나 가설, 학설의 경우 신중하고 엄격한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임상사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를 접하고 ‘그럼 나 정도면 괜찮겠지’하고 안심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고, 인종, 체형, 체지방률 등 개인에 따라 비만의 기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에 대한 신뢰도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 정상 체중인 사람이 다이어트 열풍에 휩싸여 지나치게 체중을 줄이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이러한 연구결과만을 맹신하고 자칫 방심하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비만의 역습(Obseity Paradox)이란
통통한 사람이 정상 체중의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은 과거부터 꽤 오랫동안 거론되었던 학설이다.
논란을 보다 가중시킨 것은 최근 미국의 국가보건통계청(NCHS) 연구팀의 연구결과였다. 연초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288만 명의 비만도와 27만 건의 사망 사례를 비교한 논문을 실었다. 이에 따르면 국제기준으로 정상체중(BMI 18.5~24.9)인 사람보다 과체중(BMI 25~29.9)인 사람의 사망률이 6% 낮았다. 가벼운 비만자(BMI 30~34.9)도 정상체중 사람과 사망률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중•고도 비만인 경우에만 사망률이 크게 높았다.
비만의 역습과 관련된 주장은 더욱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지난 5월 유명 과학저널 네이처가 ‘BMI는 대충 만든(crude) 지표’라고 비판한 데 이어 사이언스도 ‘더 나은 지표가 꼭 필요하다’는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렉스포드 아히마, 미첼 라자 교수의 기고를 실었다.


경험적 효과나 가설은 신중하고 엄격한 연구 필요
뚱뚱한 사람이 오래 산다는 연구는 키와 체중을 기준으로 비만을 분류하기 때문에 체지방 비율이나 체지방이 어느 부위에 있는지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의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키, 체중, 허리둘레가 심장 질환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미네소타 주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팀이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 1만2,785명을 대상으로 14년간 추적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상체중이지만 복부비만(일명 마른 비만)인 사람들이 비만인 사람들 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정상체중이지만 복부비만인 마른 비만의 위험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의학적 상식을 뛰어넘는 가설과 연구들은 현재도 많은 학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약간의 위험성이나 예외적 사실들이 밝혀졌다고 해서 기존의 모든 의학상식을 부정하거나, 가설과 학설을 맹신한다면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의학을 비롯한 모든 과학적 사실은 100% 확실한 것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득과 실을 따져 득이 더 많은 상황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경험적 효과나 가설은 오랜 기간 신중하고 엄격한 연구과정을 통해 고찰되어온 것을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임을 기억하자.
비만이 암 발병률을 높이고, 당뇨와 혈압을 올리며, 고지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오랜 기간 수많은 임상경험을 통해 얻어진 사실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사협회(AMA)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해 단순히 많이 먹고 게을러서 뚱뚱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비만이 체계적으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못박았다.
비만의 역습에 대한 연구결과, 가벼운 비만자의 경우 정상 체중의 사람과 건강상에 큰 차이가 발견되지는 않았더라도 치료가 필요한 중고도 비만의 경우 단순히 뚱뚱한 사람이 오래 산다는 정보만을 듣고 건강관리에 소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중고도 비만의 경우에는 반드시 체계적인 건강관리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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