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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오래 전에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바 있다. 비만은 그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질병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비만이 일으키는 여러 가지 심각한 질환들을 감안하면 ‘무시무시한 질병’ 이라고 볼 수 있다.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지방간 등이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최근에는 뇌혈관 질환과도 높은 연관성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비만이 암(癌)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연구팀은 ‘The Oncologist’ 지에 전체 암 환자의 약 20%가 체중증가 및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논문을 게재하였다. 이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25년 간 암으로 사망한 남성의 14%, 여성의 20%가 비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미국암연구소 (AICR)와 세계암연구기금(WCRF)는 식도암, 췌장암, 담낭암, 대장암, 폐경 후 유방암, 자궁암, 신장암 등과 비만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 중에서 특히 복부 비만이 췌장암이나 자궁암, 유방암(폐경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부비만은 남성과 여성에게 조금은 다른 양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폐경기 이후 여성 유방암의 원인으로 술, 담배를 제치고 비만이 1위에 올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체내에 과도한 체지방이 축적되면 에스트로겐이 보다 강력한 에스트라디올로 전환되면서 유방암을 촉진시키게 된다. 따라서 갱년기 및 폐경기 여성의 체중감량은 본인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시기에 체중을 감량하게 되면 유방암 발병 위험을 무려 50% 감소시킬 수 있다.
남성들의 복부비만은 여성과는 다르게, 대장암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 따르면 20대 이후 체중이 20kg 이상 증가한 남성의 대장암 위험이 5kg 미만으로 찐 사람에 비해 60%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내장지방이 많으면 지방세포가 대장을 공격함으로써 대장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살이 찌면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서 세포성장을 촉진시키는 데 관여하여 종양의 원인이 된다.
체중 및 체지방 증가가 암 위험을 증가시킨다면 그 반대는 어떠할까? 이러한 질문의 답은 고도비만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내에서 고도비만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암 위험률은 수술 전에 비해 상당히 감소 되었다. 이로써 체중 감량이 암 발병률은 물론 재발률 또한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비만을 단지 미용적인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으로 보고 지속적인 체중 관리를 통해 그것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암에 대해서는 무시무시한 질병으로 인식하면서, 정작 암의 원인이 되거나 심화시키는 원인인 비만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중년 이후의 체중 관리는 건강 및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임을 인식하고 식이요법, 운동 등의 방법으로 ‘나잇살’을 떨쳐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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