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왕 지방흡입하는 김에, ‘뼈벅지’(뼈만 남은 듯 가느다란 허벅지라는 뜻의 신조어)로 만들어주세요! 아랫배도 군살 없이 납작했으면 좋겠어요.”
지방흡입을 위해 진료실을 찾는 의료소비자 중에는 간혹 이같은 과감한(?) 부탁을 하는 경우가 적잖다. 의료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다보니, 최대한 많은 지방을 제거할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충분히 이해된다.
실제로 체지방이 많은 사람이라면 지방흡입 시 많은 지방을 제거할수록 허벅지·복부·팔뚝 등 수술 부위가 가늘어지는 게 사실이다. 수술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의료소비자로부터 ‘얼만큼의 지방을 걷어낼 수 있을까’, 관심이 가는 것도 맞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방을 많이 뽑아내기만 하면 성공적인 수술일까? 필자는 꼭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방흡입수술은 체중을 줄이는 게 아닌, 체형을 정교하게 개선하는 수술인 만큼 지방 추출량보다 ‘개인별 맞춤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국내서 미용 목적의 지방흡입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1990년대에는 지방을 무조건 많이 흡입하는 게 유행이었다. 다만 이에 따른 합병증도 적잖이 뒤따른 게 사실이다. 수술 자체가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가, 무조건 대용량 흡입을 고수하다보니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많은 지방이 한번에 제거되면 적정량을 흡입했을 때에 비해 조직손상이 클 수밖에 없다. 이때 대표적으로 피부처짐이나 울퉁불퉁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시간이 흐른 현재, 지방흡입 기술이 발전하고 의료진의 경험이 쌓이며 허벅지·복부 등 넓은 부위는 물론 대용량 지방흡입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대용량 지방흡입은 한번 수술 시 5000㏄ 이상을 제거하는 것을 아우른다. 이는 지방흡입의 한계치가 아니며, 안전한 수술을 위한 기준점이다. 과거에 비해 아무리 대용량 의료기술이 좋아졌더라도, 대용량 지방흡입의 경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성형외과학회는 대용량 지방흡입과 관련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1년에 약 26만명이 지방흡입을 받는 ‘지방흡입 대국’이다. 학회는 일정 수준 이상 지방을 흡입하면 위험하다는 데이터는 없지만, 흡입량이 클수록 합병증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단순히 흡입된 지방량만으로 수술 안정성을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위기다. 단순 흡입량이 아닌 환자의 체질량지수(BMI)에 따른 지방흡입량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의사들은 BMI 단위(㎏/㎡)당 100㏄를 합병증 우려가 적은 안전한 지방흡입량 기준점으로 본다. 결국 똑같은 키를 가진 사람이라도 몸무게에 따라 안전한 지방흡입량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처럼 안전한 지방흡입량의 기준점이 존재하는 것은 의료소비자가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사항이다. 다른 조건 없이 지방만 무조건 많이 뽑는 것을 최우선에 둘 경우, 부작용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지방흡입의 시작은 정확한 진단이다. 의사는 환자가 개선하고 싶은 부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방이 많이 몰린 곳을 중점으로 개선하되, 수술하지 않은 부위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이때 의료진의 심미안과 술기가 중요하다.
물론 안정성이 담보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임상경험과 술기를 갖춘 집도의로부터 면밀히 진단받는 것은 물론,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는 의료기관을 찾는 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