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다 보면 여러 개의 건물을 지나치게 됩니다. 피자헛, 국민연금 관리공단, 커피빈, 김밥집, 약국, 로티 보이, 세븐 몽키스 커피, 브로드웨이 극장까지…..

어느 날 coffee bean을 지나치다가 커피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저렇게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고 있는데, 저런 즐거운 생활을 버리지 않고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진료실에서는 커피를 줄이고, 빵, 케잌을 피하시라고 설명하게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껏 비만 진료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역시 에너지 섭취를 줄이고 에너지 소비는 늘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기본 원칙을 지켜야 살이 빠진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좋은 시술과 식욕 억제제, 대사 증진제(소위 지방 분해제)의 도움을 받아, 혹은 레이저 수술(리폴라스, 스마트 리포 등)이나 지방흡입수술을 통해 좀더 쉽고 빠르게 체지방을 줄이고 날씬한 몸매로 변신(?)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역시 스스로의 노력이 없으면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죠. 그래서 처음 오신 고객님들께는 항상 좀 장황한 생활 지침을 말씀 드리게 됩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특히 가공된 식품, 밀가루 음식을 피하고, 채소, 두부, 생선 등을 위주로 30번 이상 씹어 드시고, 걷기 위주의 운동과 음주, 간식, 커피를 줄이시라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왜 클리닉에 오겠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가끔(의외로(?) 많지는 않으십니다) 계십니다. 하지만 1개월 이상 관리 후 체지방 감소와 사이즈 감소를 보면 제가 말씀 드린 대로 잘 실천하신 분들과 그렇지 못하신 분들의 차이가 확연히 나기 때문에, 진료 경험이 늘어 갈수록 오히려 이 지루하고 장황한 설명을 빠뜨리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맛있고 즐거운 생활을 버리고 하기 싫고 지겨운 생활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예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였던가 하는 책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설명 없이 들으면 돌 맞을(?) 제목이지만, 공부하는 것이 대부분 하기 싫고 지겹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살 빼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학창 시절에 재미가 나서 즐기면서 공부하신 분은 많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의과대학 학생시절엔 낙제를 면하기 위해 할 수 없이 공부하는 학생이었고, 더 오래 전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때 까지는 학교에 도서관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 자리에 체육관이나 교실 하나 더 짓지 생각하면서…..

그러던 제가 군의관 시절부터 도서관에서 책 빌려 보는데 재미를 붙이더니 요즘은 여러 가지 다이어트 및 건강관련 서적은 물론이고, 학창시절 골치 아프게 느꼈던 내과 책이나 생화학 책 까지도 찾아보고, 저널(논문)들도 찾아보는 것이 취미(?)처럼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제가 돌이켜 생각해 볼 때, 학생 때에 비해서 책들이 보기가 좋고 읽기 쉽게 되어 만들어지고 있으며, 관심 분야를 위주로 찾아본다는 점이 차이가 있군요. 더욱이 그 동안 의사로서 생활하다 보니 경험이 쌓이면서, 학생 때는 어렵고 생소했던 내용들이 굉장히 익숙하고 편해졌다는 것입니다. 또한 식욕 조절, 체중 조절에 관한 새로운 내용을 찾아보고 적용해서 효과를 보면 성취를 경험하게 되어 더 재미가 나는 것이죠.

결국 같은 내용이라도 익숙해 지고, 성취를 해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면 재미가 생기고 계속해 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결론이 나는군요. 그렇다면 살이 빠지도록 하는 생활이 하기 싫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번 익숙해 지려고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익숙해 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수 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기 쉽고, 관심을 갖게 해 주는 좋은 방법이 많다면 더욱 도움이 되겠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책을 찾아보고, 논문을 검색하고, 인터넷을 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