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건강을 해친다는 명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정작 내가 겪기 직전까지는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사람들은 흔히 적정체중 이상을 넘어갈 경우 고지혈증, 고혈압, 지방간 등 대사증후군 정도에만 걸릴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과도한 체중은 나도 모르는 사이 다양한 분야에서 몸의 이상신호를 일으키거나,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 유의해야 한다. 무리하게 다이어트에 나설 필요는 없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적정 체중까지 되돌리려는 노력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
비만 적색등이 켜지면 특별한 질환이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여러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수년 전부터 봄철 무렵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겪어야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게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익히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부에 지방이 많이 쌓인 사람일수록 미세먼지의 공격에 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제 비만학회지에는 복부지방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폐활량 지수가 약 10%씩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된 바 있다.
서울대병원에서도 관련된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병원은 2009~2014년까지 원내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남성 1876명을 대상으로 거주지의 미세먼지 농도와 복부지방, 폐활량 등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복부비만이 심한 사람일수록 미세먼지로 인한 폐기능 저하에 악영향을 받고 있었다.
연구팀에 의하면 지방세포는 몸에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분비하고, 대기오염은 기도 등 호흡기에 해로운데 이 둘이 합쳐지면 폐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살찐 것도 억울한데 미세먼지의 공격에도 취약한 셈이다.
최근 들어 부쩍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근래에 갑자기 체중이 증가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민성 방광은 갑작스럽게 요의를 느끼고 소변이 마려우면 참을 수 없는 증상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방광에 소변이 찰 때까지 불편함을 못 느끼지만, 과민성 방광 환자들은 적은 양의 소변이 차도 배뇨욕구를 느끼고 통제를 어려워한다. 자신도 모르게 찔끔 실례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해 이들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우울감을 3배 이상 느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과민성 방광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비만이다.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경우 체중이 방광에 압력을 주다보니 이런 문제가 나타난다. 순천향대가 원내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여성 11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BMI 25이상의 여성일수록 과민성 방광으로 인한 하부요로증상이 높게 나타난 바 있다. 더욱이 전체 연령층에서 비만 환자는 과민성 방광 동반 비율이 7% 가량 높게 나타났다.
만약 과체중인 사람이라면 의사의 지도 아래 어느 정도 정상 범위까지 몸무게를 감량하는 게 과민성 방광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관절염도 비만으로 인한 대표적인 연관 질환이다. 체중이 1kg만 늘어도 무릎이 받는 하중은 3~5배까지 증가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관련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연구진에 의하면 체중을 10%만 줄여도 관절염 무릎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연구진은 체중을 10% 이상을 감량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통증이 크게 경감됐고, 무릎이 받는 부하가 줄었으며, 염증도 완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비만은 큰 병뿐 아니라, 일상 속 건강한 생활을 해치게 만드는 주범이 된다. 무리하게 마른 몸을 지향하는 다이어트 역시 몸을 해치는 것은 매한가지다.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하려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규칙적으로 골고루 섭취하며 운동하는 ‘패턴’을 지키는 게 포인트다.
조금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다이어트에 나서고 싶다면 일종의 ‘과외’처럼 비만클리닉의 도움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 비만 정도에 따라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는 ‘족집게 과외’에 나서는 것이다. 식이 영양상담, 행동수정요법 등을 통해 자신의 생활습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행동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필요에 따라 지방흡입수술·비만시술 등을 병행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