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수술 부위 피부가 가려운데 원래 이런 건가요?”
요즘 진료실을 찾는 고객들은 지방흡입 후 회복까지의 과정을 아는 경우가 많다. 수술 직후 수술 부위가 날씬해지고 서서히 멍·부종·뭉침 현상이 차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내원하는 것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방흡입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진 덕분이라고 본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증상 앞에서는 놀라움과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전문 의료인이 아니다 보니 자신이 알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방흡입 후 나타나는 가려움증은 이러한 상황에 속한다. 가려움증은 대개 수술 1주일 후 큰 부종과 멍이 빠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결론부터 전하자면 지방흡입 후 발생하는 가려움증은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증상은 수술 받은 모두에게 나타나진 않지만, 개인에 따라 정도가 심한 경우도 간혹 있다.
모든 상처는 4단계의 회복과정을 거친다. 지혈-염증-증식-성숙의 단계를 거쳐 치유된다. 지방흡입은 겉으로는 상처가 보이지 않지만, 내부에서는 수많은 변화가 생긴다. 지방세포를 흡입하는 캐뉼라가 지나간 조직은 자극을 받게 된다. 팔뚝·복부·허벅지·턱밑 등 얼굴의 지방세포가 사라진 자리와 피부가 탄탄하게 자리 잡는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생긴다.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염증 반응이 유발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염증 반응이 나타나면 회복을 돕는 세포들이 상처 부위로 옮겨가는데 이 과정에서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히스타민으로 인해 혈관도 생성되고 상처도 치유되지만, 가려움증도 생긴다. 상처가 난 뒤 딱지가 앉은 곳이 가려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려움증이 나타나면 무의식적으로 피부를 긁을 수 있는데 이는 금물이다. 아직 수술 부위가 예민한 상태인 데다가 주변 피부에까지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긁는 행위 자체가 가려움을 유발하는 염증 매개물질을 늘리는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지방흡입 후 가려움증이 생겼다면, 우선은 피부에 자극이 거의 없는 무향·무색의 순한 보습제를 발라 가려움을 진정시키는 게 좋다. 증상이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는 게 도움이 된다. 항히스타민제 처방으로 간단히 가려움증을 관리할 수 있다.
지방흡입 후에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했던 다양한 변화를 겪을 수 있다. 대부분은 수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너무 걱정되거나 고민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에 적극적으로 문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증상에 대한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면 혼자 끙끙 앓던 것보다 간단하게 불편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