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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이 조절 안되요"
작성자 : 김정은원장 작성일 : 2008-08-27 조회수 : 4576

한동안 무척 더웠다. 아스팔트 위에서 계란이 익을 지경이라도 우리 몸은 꿋꿋하다. 다행히 우리 몸은 내가 주의하지 않아도 체온을 36.5 도로 유지할 수 있는 고도로 발달된 조절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욕도 마찬가지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식욕은 의지로 눌러야 할 거추장스러운 본능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식욕이라는 것은 저절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정 혹은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아니라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복잡 다단한 시스템에 의해 조절되는 신호 같은 것이다. 그 식욕 조절 과정에 대해서 과학이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밝혀놓았나 알면 솟구치는 식욕에 대해 불필요하게 자신의 의지만 탓하지는 않을 것 같다.

식욕은 뇌의 일부인 ‘시상하부’ 에서 최종 조절하는데 이 조절 과정에는 여러 가지 인자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 인자들은 신경 신호, 호르몬, 대사물질 등이다.

이 중 신경 신호와 관련한 현상은 음식 섭취 후 장이 늘어나면 위장에 분포한 ‘미주신경’이란 것이 뇌로 음식물이 충분히 섭취가 됐다는 사실을 알려주어 식욕을 억제하는 물질이 분비되게 한다. 또 신체 각 장기에서 뇌하수체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들이 분비되는데 주요한 호르몬은 렙틴, 인슐린, 코티졸 외 장에서 분비되는 그렐린, PYY, 콜레시스토키닌 같은 펩타이드들이다(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각기 이름과 모양을 가진 실체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중요성은 좀 떨어지지만 당이나 케톤 같은 대사물질들도 뇌하수체에 영향을 준다.

이런 신경, 호르몬, 대사물질들의 다양한 자극이 뇌하수체로 전달 되면 직접적으로 식욕과 관련한 물질들( NPY, MSH, MCH, AgRP, CART… 역시 중요한 사실은 이들의 이름을 외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을 증가시키기도 하고 감소시키기도 해서 식욕을 증가 혹은 억제 시킨다. 뇌하수체에서 일어나는 이 마지막 경로에는 정신적 인자(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 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다이어트 때 우리가 조절해야 할 대상은 탄탄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식욕은 아니다.그렇다면? 일단은 식욕 자체보다는 그것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있다고 하겠다. 식욕이 당길 때 그것을 조절하거나 억제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자극(이를 닦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달리거나 무엇이든)에 몰두하도록 하는 것이 한 예이다.

또 있다. 다행히 과학은 식욕의 실체를 밝히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제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에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시스템을 파괴하는 ‘네오’를 등장시킨 것처럼 말이다. 비만치료제로 승인되어 있는 식욕 조절제나 현재 개발 중인 식욕 관련 호르몬들이 현재 ‘네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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