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체중감량에 실패해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의료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열대야 탓에 쉽게 잠자리에 들기 힘든 여름철엔 야식이 다이어트의 복병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야식을 찾는 사람이 더욱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다이어터의 밤은 길어져만 간다.
얼마 전 우리 병원의 연구진이 코로나19 성행 시기인 올해 3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의 식사일기 22만2916건의 데이터와 지난해 같은 기간 데이터 11만8061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 새벽 시간 대 야식 섭취가 2배 증가했다. 메뉴 구성도 아몬드, 고구마, 두부 등 가벼운 식단에서 떡볶이, 후라이드 치킨, 돼지삼겹살, 라면 등 고칼로리고지방 식단으로 바뀌었다.
그럼 야식은 왜 비만과 관련된 문제가 생기는 걸까. 오늘은 야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똑같은 종류의 음식을 같은 양 먹더라도, 늦은 밤에 먹게 되면 더 쉽게 살이 찐다. 밤에는 섭취한 칼로리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않고 지방으로 전환해 축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로 야식으로 선택하는 메뉴들이 고칼로리 음식인 경우가 많으니 체중 증가는 당연한 결과다. 특히 습관적인 야식은 야식증후군으로 발전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야식증후군인 사람은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 분비가 줄고 대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비정상적으로 분비돼 식욕이 증가, 비만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즉 야식의 중독이 비만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야식은 건강에도 각종 악영향을 끼친다.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잠을 자면 역류성 식도염이나 기능성 위장장애 등 소화기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음식물이 밤 늦게 소화되는 과정에서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수면유도호르모인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어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
다이어터라면 ‘야식을 시키더라도 조금만 먹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 자체를 넣어두는 것이 좋다. 치킨 한 마리를 피하려 감자튀김, 소시지, 맥주 같은 사이드메뉴를 야식으로 선택하기 쉬운데, 이들도 고칼로리 음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야식업체들이 기본메뉴 외에 다양한 종류의 사이드메뉴를 내놓고 있어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처음부터 ‘오늘은 야식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야식 메뉴를 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안주 없이 맥주만 먹는 것도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 맥주의 원료인 홉은 특유의 쌉쌀한 맛을 내는 성분이다. 홉에 포함된 알파산(α-acid)은 미각을 자극해 야식을 당기게 하고, 또 맥주 속 당질은 인슐린 분비를 높여 식욕을 자극할 수 있다.
잠을 자기 전 참기 힘들 정도로 허기가 지고 야식이 당긴다면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 있는 식품을 먹는 게 좋다. 우유, 두유 연두부, 계란 등 단백질 식품과 오이 또는 토마토 등을 곁들이는 게 좋다.
아침 8시 이전에 기상하고 밤 12시에는 취침하는 규칙적인 생활습관도 야식을 줄이는 방법이다. 새벽에 잠들거나 아침에 늦잠을 자는 생활 패턴은 야식의 유혹에 빠지기 쉬워 다이어트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