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식단을 타이트하게 조이고, 지칠 정도로 운동해도 체중 변화가 크지 않다며 고민하는 다이어터가 적잖다.
필자 역시 이같은 의료소비자와 상담할 때 마음이 좋지 않다. 분명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결과가 빨리빨리 따라오지 못하면 기운이 쭉 빠진다. 변화가 수치로 나타날수록 동기부여가 강해지는데, 반대일 경우 의지가 꺾이는 게 사실이다.
이같은 이유로 비만클리닉을 찾는 사람도 많다. 최근 진료실을 찾은 한 다이어터는 ‘6개월, 넘게 장기적으로 타이트한 관리에 나섰지만 체중 변화가 1~2㎏에 그쳤다’고 토로했다.
죽도록 노력하는데, 체중이 요지부동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대체로 ‘세트포인트(Set point)’를 원인으로 든다.
세트포인트는 ‘뇌가 지정한 적정 몸무게’다. 좀 더 쉽게 풀이하자면 뇌가 지정한 ‘체중의 기준’이다.
세트포인트는 우리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것과 관계가 깊다. 인체는 변화를 싫어한다. 긍정적인 변화든, 부정적인 변화든 상관없이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이같은 항상성은 몸무게와 체지방량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체중감량이 수월히 이뤄지다가 어느 순간 변화가 멈춘 ‘정체기’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뇌가 정한 체중 기준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선 유전적으로 타고난 체성분 및 타고난 체지방 항상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이렇다보니 처음부터 체중 세트포인트가 높게 설정된 사람일수록 다이어트에 불리한 게 사실이다. 이런 경우 앞서 언급한 사례자처럼 노력해도 체중 변화의 폭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세트포인트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다이어트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세트포인트로 인한 체중 문제는 분명 극복할 수 있고, 나아가 세트포인트를 낮출 수도 있다.
세트포인트 설정에는 타고난 유전적 요소뿐 아니라 ‘생활습관’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가령 타고난 세트포인트가 낮아 청소년기에는 날씬한 몸을 유지했지만, 성인이 된 후 매일 밤 술을 마시고 폭식하는 생활이 이어지는 경우 세트포인트가 상승한다. 이때 뇌는 살 찐 상태를 새로운 ‘정상 기준’으로 인식하고 세트포인트를 재설정한다.
이렇다보니 ‘세트포인트를 낮추는 것’이 다이어트 성공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이때 조바심을 내기보다 ‘장기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체중조절점을 바꾸는 데에는 약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본다. 달리 말하자면 체중감량을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 6개월에 한번 세트포인트를 재설정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체중조절점 낮추기의 기본은 높은 에너지 소비,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건강한 연료(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여기에 6개월에 한번씩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 운동 종목을 바꾸는 것이다.
식단의 경우 변화에 한계가 있다. 무리하게 칼로리를 줄여나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다이어트에서 식사는 ‘적정량의 건강한 영양소’를 몸에 채우는 작업인 만큼, 건강한 식단을 오래 유지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보다는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운동법을 찾는 게 더 쉬운 접근이다.
그럼에도 체중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감량 속도에 가속도를 붙이고 싶다면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여러 검사를 통해 비만의 원인을 파악하고, 지방 분해에 속도를 내는 행동수정요법·약물치료·주사 등 비만시술 등을 적용할 수 있다.
만약 허벅지·복부·팔뚝 등 특정 부위의 부분비만 해소가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지방흡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부분비만을 해소하기 위해 정상체중에 들어온 후에도 혹독한 다이어트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세트포인트를 낮췄더라도 특정 부위에 몰린 지방세포는 자신의 의지대로 제거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다이어트를 하는데도 사이즈 변화가 더딜 경우, 원하는 부위에 과도하게 쌓인 지방세포를 제거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정상체중인 사람이 몸매 라인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흡입을 받는 경우, 체형교정 효과가 우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