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내년을 계획하면서 대다수는 무언가를 결심한다. 연초에 진료실을 찾는 의료소비자 중에도 ‘미뤘던 지방흡입수술을 받고 싶다’는 경우가 많다.
지방흡입이 대중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어려운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직접 지방세포를 빼내는 수술이기 때문에 지방흡입을 결심하기 까지 ‘큰 고민’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는 의료진으로서 충분히 이해하는 마음이다. 특히 수술을 가볍게 여겨 무분별하게 받기보다 한번 더 고민하는 게 낫다고 본다.
지방흡입은 분명 1회 시술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비만치료다. 허벅지·복부·팔뚝 등 평소 사이즈가 줄어들지 않아 고민하던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시술 후 적절한 관리가 동반될 경우 수술 이후의 개선된 사이즈를 반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방흡입을 받기로 결심한 의료소비자를 위한 조언을 나눠보려 한다.
수술 전 굳이 ‘지방 늘릴 필요’ 없어요
“수술 날짜 잡았으면 전날까지 고칼로리 음식은 마음대로 먹어도 괜찮겠네요? 지방량이 늘어나면 오히려 이득 아닌가요?”
이는 진료실에서 간혹 듣는 질문이다. 지방흡입 전 피자·치킨·떡볶이 등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먹음으로써 지방세포를 늘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는 환자가 적잖다. 하지만 이는 오산인다. 지방세포의 개수는 성장기 이전에 정해진다. 성인이 된 후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한들 지방세포의 크기만 커질 뿐이다. 세포의 개수는 똑같으니 수술 결과 역시 다를 게 없다. 수술 전에 굳이 ‘고칼로리 폭식’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고지방식이에 익숙해지면 몸매관리를 하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목표일 3개월 전에는 수술 고려해야
지방흡입을 받고 난 직후 마법처럼 날씬해질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다이어터가 간혹 있다. 하지만 지방흡입 후 최상의 결과를 기대한다면, 적어도 D-데이 3개월 전에는 수술받을 것을 권한다. 지방흡입 직후 허벅지·팔뚝·복부 등 몸의 선이 달라진 것은 느낄 수 있지만, 약 한달간은 멍 또는 부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후 생기는 멍은 약 1주일 후부터 점차 옅어지면서 대부분 2-3주면 거의 사라진다. 지방 세포를 빼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피부 밑 모세 혈관이 터지게 되는데, 그 출혈의 흔적이 바로 멍이다. 회복을 위해서는 순환에 좋은 가벼운 스트레칭, 족욕, 자가 마사지가 도움이 된다.
수술 후에는 지방층이 통통하게 채우고 있던 자리가 갑자기 비워지는 만큼, 인체는 이를 다시 타이트하게 올려붙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붓고, 발열감이 느껴지거나, 가려움증이나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같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착용하는 게 ‘압박복’이다.
회복과정을 거쳐 수술 효과가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는 약 3개월인 만큼 이를 감안해 수술 일정을 잡는 게 좋다.
수술 당일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찾아야
의외로 지방흡입수술을 받는 게 부끄럽다며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내원하는 사람이 많다. 상담까지는 그럴 수 있지만, 수술 당일에는 반드시 보호자와 동행해야 한다. 스스로 운전해서 병원에 오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지방흡입은 간단하다고 하지만 엄연히 수술이다. ‘비밀리에 수술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환자도 있지만 허벅지나 복부 등 큰 부위를 수술했다면 실질적으로 숨기기 어렵다. 수술 직후에는 해당 부위를 움직이는 게 어색한 것은 물론, 수술에 쓰인 수액이 흘러나올 수 있는 등 ‘의심을 살 만한’ 요소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지방흡입수술은 수면마취를 통해 이뤄지는 데다가, 안정을 위해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 허벅지 지방흡입을 받은 경우 걷는 게 힘들고, 수술 시 주입된 수액으로 다리가 무거워 보호자의 부축이 필요하다. 팔 지방흡입을 받은 상황이라면 짐을 챙기는 게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부끄러움보다 ‘안전’이 우선이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수술 당일에는 믿을 수 있는 보호자와 함께 내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