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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언젠가 꼭 한번 봐야지’하고 벼르던 영화 ‘쿵푸팬더’를 얼마 전 보게 됐다. 슈렉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는 이 영화는 게으르고 뚱뚱한 식신 ‘포’가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쿵푸 고수로 거듭나는 좌충우돌 성장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영화였다.
주인공인 팬더 ‘포’는 볼록한 뱃살이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프로필을 찾아보니 키 120cm에 몸무게 160kg의 슈퍼고도비만을 넘어선 심각한 상태였다.
이 영화에서 쿵푸를 가르치는 시푸 사부도 쿵푸를 배우겠다는 의욕이 가득한 ‘포’에게 “탄탄한 근육을 가지려면 최소한 1년 이상 걸린다.”고 말한다.
이런 체형을 가진 사람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체질량지수(BMI)를 계산해보니 111이 나온다. BMI가 18~23인 경우 정상범위에 속하고, 45 이상일 때 슈퍼고도비만으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할 때 111이란 수치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숫자다.
비만이라는 것을 질병으로 분류하게 된 중요한 이유는 지방 세포 과다에 따른 대사 이상으로 당뇨나 심장혈관 질환 등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인데, 이런 초고도 비만자의 경우는 그 이전에 단순히 무게 과다로 인한 물리적인 제한에 부딪힌다.
자신의 과다한 무게 때문에 일상활동도 거의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서 마치 집안의 가구 중 하나처럼 한 자리에서 식사도하고 잠도 자고 사람도 만나는 제한된 삶을 사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포’처럼 현란한 무술을 익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화나면 마구 먹어대는 습관을 가진 ‘포’는 감정적 스트레스에 의한 주기적 폭식경향이 의심되며, 국수와 만두, 쿠키 등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고 유독 복부 즉 중심부가 발달한 것을 볼 때 ‘탄수화물 중독’ 및 이에 의한 대사 증후군 가능성도 보인다.
만약 ‘포’가 우리 클리닉에 찾아온다면 비만을 치료하는 사람으로서 포가 가진 문제의 심각성을 진지하게 설명하고 식이조절이나 운동치료, 결국엔 위장의 일부를 절제하는 베리아트릭 수술(고도비만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가진 지식으로 재미없게 하나하나 따진다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포’라는 캐릭터는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수투성이 ‘포’는 몸치에 뚱보가 어떻게 ‘용의 전사’가 되느냐고 멸시당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결국 꿈을 이뤄낸다. 어찌보면 남들보다 못한 평균 이하의 모습을 가진 ‘포’가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면서 뭔지 모를 용기가 생기고 자신감도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일상생활마저 정상인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초고도비만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이런 긍정적인 사고와 변화 시도가 아닐까 싶다.
다이어트를 시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비만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을 겪거나 거듭되는 체중 조절 실패에 자신감을 잃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단기간에 수십 kg씩 감량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달라며 클리닉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체중을 줄이기 전에는 무엇을 해도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쿵푸팬더가 주는 교훈을 전해주고 싶다.
“살 빼는 특별한 비법이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사인 나를 믿으세요. 그렇지만 현재 스스로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믿으세요. 언젠가 꿈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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