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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돌이 막 지난 조카가 있다. 며칠 같이 생활하면서 녀석의 왕성한 섭취 활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저렇게 먹다가 배가 터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 배꼽이 튀어나오도록 배가 볼록해졌는데도 녀석은 자꾸만 더 먹으려 드니 말이다.
우리 몸은 일정한 지방량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음식 섭취를 하고 나면 뇌의 포만 중추로 다양한 신호들이 전달되어 포만감의 증가 혹은 식욕의 감소를 유도하여서 먹는 행위가 조절된다는 이른바 ‘항상성’ 때문에 다행히 우리는 배가 터질 정도로 먹는 일은 피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데… 항상 이럴까? 정말 충분히 먹고 나면 더 이상 먹지 않도록 자가 제어 기능이 작동을 해주니 우리는 쓸데 없는 걱정 말고 몸의 신호가 올 때까지 안심하고 먹기만 하면 되는 걸까? 그렇다면 정상인에서 섭취 과잉에 의한 체중 증가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실제로 먹고 나니 오히려 더 먹고 싶다, 먹어도 먹어도 더 먹고 싶다 하는 부적절한 현상 및 체험을 우리는 빈번히 목격하고 또 몸소 겪고 있지 않은가?
지금 내 뇌 속 포만중추는 고장 난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연구 결과 하나를 소개 할까 한다.
네덜란드에서 쥐를 대상으로 시행된 동물 실험인데, 쥐들에게 충분한 먹이를 주면서 동시에, 먹고 싶은 만큼 더 먹을 수 있도록 별도의 음식을 제공해주고 5주 동안 섭취양의 변화,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분비 양상, 신경전달물질의 발현 양상, 체중 변화 등을 관찰하였다. 이때 실험 그룹별로 정해진 먹이 외 별도로 제공되는 음식의 종류는 달리 하였는데, 각각 고지방음식(고기),고당분음식(설탕물), 나머지 한 그룹은 이 두 가지 음식 모두를 공급하면서 실험이 진행되었다.
‘항상성’을 뒷받침하는 일련의 연구 결과들과 달리, 자유로운 음식 섭취 자체가 반복되는 섭취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많이 먹을 수 있게 해줬더니 계속 더 먹더라는 거다.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위 세 그룹 중 고지방 음식과 고당분 음식 두 가지 모두를 원하는 만큼 더 먹을 수 있게 한 쥐들에서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은 감소하고(즉, 식욕이 증가하고), 뇌하수체에서 식욕을 증가시키는 신경전달물질들의 분비가 증가하였다. 이런 변화는 마치 공복 상태에서 일어나는 신체 변화와 일치하는 것으로 고지방, 고당분 음식을 동시에 많이 먹으면 오히려 공복 상태처럼 더 많은 음식을 갈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그룹 쥐들의 섭취 칼로리는 관찰하는 5주 동안 꾸준히 다른 그룹에 비해서 높았고 체중도 유의한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이 실험에서 관찰되었던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예상 외 반응은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것인데, 고지방 음식 단독이나 고당분 음식을 각각 단독으로 원하는 만큼 더 먹게 했을때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두 가지 음식 모두를 더 먹게 했을 때 이런 예상 외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고기만 먹을 때 보다는 고기와 가당탄산음료를 같이 먹을 때, 생크림 케이크만 먹을 때보다는 케이크와 가당주스를 같이 먹을 때 더 식욕을 주체하기 어렵고 과식 혹은 폭식으로 이어지기 쉽겠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의 연구 결과가 일반적 원칙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지만, 필요 이상 더 먹는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필자에게는 ‘먹다 보니 오히려 위가 늘었는지 자꾸 더 먹고 싶어요’ , 드물지 않게 듣는 이런 호소를 접할 때 여러 가지 접근 중 하나로 대입해 볼 수 있겠다. 더 먹는 것을 자기 탓만 하지는 말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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