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수술은 분명 10년 전보다 대중화된 측면이 있다. 이는 현존하는 비만 치료 중 유일하게 직접 지방세포를 제거함으로써 부분비만을 개선한다. 최근에는 정상체중을 가진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이즈가 줄어들지 않는 허벅지·복부·팔뚝 등을 교정하기 위해 지방흡입수술을 결심하는 경우도 적잖다.
지방흡입수술 자체는 역사가 깊고 입증된, 안전한 비만치료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수술대에 눕기만 하면 무조건 날씬해지는 수술’이라는 인식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수술의 성공은 의사의 임상경험과 술기에 달린 게 맞다. 하지만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안전한 마취’다. 지방흡입은 국소마취만으로도 진행할 수 있지만 수술 효율성을 위해 수면마취를 행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흡입수술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요소가 바로 ‘마취과 전문의’ 상주 여부다. 마취과 전문의 상주는 수술의 안전성은 물론 효율성까지 높여준다.
특히 수면마취가 동반된 경우라면 수술 집도의와 함께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게 유리하다. 물론 수면마취 자체는 마취과 전문의뿐 아니라 의사라면 누구나, 심지어 현장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지시를 받은 보조 간호사도 시행할 수 있다.
문제는 수술 중 지속적인 관찰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다. 계획한 시간 안에 수술을 마무리하지 못하거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술에 집중하느라 마취를 모니터링하지 못할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마취과 전문의의 역할은 단순히 수술 전 환자를 마취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수술 전에는 환자의 병력과 알레르기 등을 취합해 사고를 예방하고, 수술 중에는 환자의 생체 징후(바이탈사인)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술 중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 심폐소생술로 의식을 회복시키는 것도 마취과 전문의가 수행하는 역할이다.
더욱이 수면 마취용 약제는 마약성 의약품인 데다가 전문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면 사고로 직결될 우려가 있어 전문가의 관리가 요구된다. 실제로 미용성형 분야 의료사고는 대부분 ‘마취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다 보니 고객 입장에서는 마취과 전문의가 직접 수술 과정에서 함께하면 더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지방흡입수술에서도 마취과 전문의의 역할은 중요하다. 지방흡입수술은 예상보다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허벅지·복부 등 수술 면적이 큰 부위일수록 수술 시간은 더 길어진다.
수술이 길어지는 만큼 마취 시간도 그만큼 늘어나 전문가의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집도의는 긴 시간 동안 면밀한 수술에 나서야 하는데, 균일하게 지방을 흡입하면서 마취까지 신경 쓰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비만한 사람은 마취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수면 마취 약제가 체내에 들어가면 호흡이 느려지고 간혹 숨을 쉬는 중에 기도가 막히기도 한다. 따라서 비만한 사람의 경우 마취에 있어 더욱 세심한 전문가의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이처럼 마취는 지방흡입뿐 아니라 모든 수술을 할 때 중요한 요소다. 성공적인 수술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전제돼야 할 요소는 ‘안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술받을 병원을 고를 때 ‘마취과 전문의 상주 여부’를 체크 리스트에 올려야 하는 이유다.